■ 니들이 신화의 맛을 알아?
신화(新話, myth)는 신들의 이야기다. 인간이 생각하고 말하는 신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전적으로는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라고 정의된다. 그런데 정말 과거만의 이야기일까? 여전히 현재에도 신화는 생산되고 있다. 무일푼에서 대재벌로, 무명에서 어느 날 눈뜨니 스타가 되었다는 이야기, 아이돌 그룹 '신화'까지...... 신화는 옛날 이야기만은 아닌가 보다. 살아있으며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누구나 꿈꾸고 있는 것!
로또 당첨 신화를 꿈꾼다면 당신도 이미 신화적 사고 속에서 살고 있다. 로또 당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늘도 명당집 앞에는 길게 줄을 서 있다. 그들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티케(그리스 신화의 행운의 여신)가 자신에게 미소 짓기를 바라며 당첨번호의 신탁을 받기 위해 인터넷 신전을 접속하고 있다. 밤새 모르페우스(꿈의 신)를 만나고 새벽에 힙노스(잠의 신)로부터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며 모네타(로마 경계의 신, money의 어원)를 벌기 위해 집과 직장을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삶을 살고 있다. 반복되는 시시포스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나에게 운명 지어졌다고 믿으며 당첨이라는 신화를 꿈꾸고 있다.
그런데 신화는 이미 인간들에게 모두 정복당했다. 아르테미스(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를 정복한지는 오래, 제우스의 아들 아레스(로마식 mars, 화성)도 이미, 또 인간은 파이오니아(개척자, 미국 우주탐사선)를 만들어 제우스(Jupiter, 목성)에 제우스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과학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신화를 몰아냈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점집(신탁)이 성행하고 로또가게 사장이 대박을 맞고 또 지금 이렇게 신화에 관심이 있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있다.
신들이 없는 시대에도 여전히 신화 관련 붐이 일고 있다. 오로지 인간들에 의해 신들이 되살아나고 활개를 치고 있다. 신이 인간을 부활시켰다지만 실상은 인간이 신을 부활시킨 것이다. 신화가 무엇이길래 인간은 신화를 탐닉하며 그 옛날 세이렌에게 홀리듯 신화에 빠져드는 것일까? 단지, 옛날 신들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화를 현재의 이야기라고 재정의 하고 보자. 신화는 인간 DNA의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TV 드라마 속에서, 제품 광고 속에서, 연애 감정 속에서, 자녀에 대한 본능적 애정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우리들의 깊은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신화적 본능은 문득문득 발현한다.
△ 오디세우스와 세이렌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1891)
왜?
신화는 인간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이 녹아 들어 있기에, 음식의 소금처럼, 알 수 없지만 맛보는 순간 느껴지는, 원시 바다에서 생성되어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빛으로 저 무한의 깊은 바다로부터 결정되어진 소금, 신화는 그렇게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삶의 맛이다.
신화, 어려울 것 없다. 신나는 이야기이다. 그 맛을 느끼면 된다. 느끼려면 일단 입 속으로 집어넣어라. 혀의 미각 돌기가 분석하여 신경을 통해 뇌로 알아서 전달할 것이다. 이미 진화의 결과물로 의도치 않아도 맛을 느끼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 된다.
△ 티타노마키아
신화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신화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지는 않는다. 신화 속에서조차 상상해내지 못한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물질을 쓰는 이 시대에 여전히 신화는 잘 팔리는 상품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의 욕망을 상품에 덧칠하기 위해 ‘비너스’라는 상표가 나왔고, 우주 정복의 꿈을 위해서 우주선에 ‘아폴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을 강조하기 위해 배터리 ‘아틀라스’가 있다.
신전은 무너지고 더 이상 제사를 드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신들을 위한, 신들을 이용하기 위한, 인간들의 신화 만들기는 계속 되고 있다.
신화란 무엇인가?
신들의 이야기 이전에 나에게 깃들어 있는 인류의 원형 의식을 찾아보는 것. 나에게 내재되어 잇는 신화적 요소, 잠재되어 있는 원형질을 느끼고 찾아내는 것은 신화 익기를 통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신화는 나에게 어떤 의미,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스마트폰을 통해 만나는 세상, 눈에 보이지 않는 통신망을 통해 수 많은 정보가 눈 앞에 나타나는 이해하기 힘든 세상,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경쟁 때문에 인심도 사라지고 각박해져가는 세상, 정보의 잔달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보다 더 늘어나는 정보 때문에 늘 뒤처지는 듯한 세상살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다. 세상의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튀어나왔고 얼른 덮어버렸지만 마지막 남은 것은 희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희망이 상자 속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희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희망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당신이라면 신화를 통해서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기를 바란다. 그대가 그대의 신화를 만들어 가면 된다.
■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서적
서명 |
저자 |
발행자 |
발행년 |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구본형 |
와이즈베리 |
2012 |
그리스 로마 신화 |
토마스 불핀치 |
범우사 |
2003 |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유시주 |
푸른나무 |
2009 |
(세계적인 신화학자) 베르낭의 그리스 신화 |
장-피에르 베르낭 |
성우 |
2004 |
(장영란의) 그리스 신화 |
장영란 |
살림 |
2005 |
(클라시커 50) 신화 |
게롤트 둠머무트 구드리히 |
해냄 |
2003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5 |
이윤기 |
웅진닷컴 |
2000-2010 |
그리스 로마 신화: 개정판 |
에디스해밀턴 |
문예 |
2010 |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문화 |
윤일권, 김원익 |
문예출판사 |
2004 |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윤기 |
작가정신 |
2002 |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으로 읽기 |
루치아 임펠루소 |
예경 |
2008 |
그리스 로마 신화 |
마르크 퓌마롤리 |
마로니에북스 |
2009 |
09 April, 2015
- 장훈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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