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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수기 [手記]

[마운틴저널] 100미터를 이동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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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마운틴저널

- http://www.mountain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68



판대 아이스파크 100미터 인공빙벽 등반기


100미터를 이동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100미터 달리기에서 인간의 한계라는 10초의 벽이 1968년 짐 하인스(미국, 9초 95)에 의해 무너지고, 2009년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9초 58)가 현재의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인간의 도전과 100미터 달리기의 역사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100미터. 누군가에게는 10초의 거리.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6시간 30분의 대서사시가 될 수도 있는 거리다.

지난 1월 중순, 한파가 절정으로 치닫던 날. 클라이머 유석재씨가 운영하는 더탑 클라이밍 클럽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위치한 판대 아이스파크의 100미터 빙폭을 찾았다. 
원주 클라이머스에서 운영 중인 판대 아이스파크는 절벽에 물을 퍼올려 얼린 30, 40, 60, 70, 100미터 규모의 인공 얼음벽이 있어 주말이면 빙벽 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100미터 빙폭은 체력과 기술이 모두 요구되는 만큼, 초보자들이 쉽사리 도전할 수 없으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하루에 총 8팀 (4인 1팀, 08/10/12/14시 각 2팀)에게만 등반을 허가하고 있다.

판대아이스파크 100미터 빙폭을 선등으로 오르고 있는 등반자 ©이재석 사진작가

판대아이스파크 60미터 빙폭을 선등으로 오르고 있는 등반자 ©이재석 사진작가

판대아이스파크 30미터 빙폭에서 빙벽등반기술 교육을 받고 있는 더탑 클라이밍 클럽의 교육생들 ©이재석 사진작가


판대아이스파크 30미터 빙폭에서 톱로핑 등반을 즐기고 있는 등반자들 ©이재석 사진작가


얼음 위의 100미터

오후 2시. 더탑 클라이밍 클럽 멤버들은 마지막팀으로 100미터 빙폭에 올랐다. 

빙벽등반에 앞서 빙벽화와 크램폰을 신고 있는 기자 ©이재석 사진작가


선등으로 등반에 나선 유석재 씨는 교육생이 포함된 팀의 안전을 고려하여 100미터를 3피치로 나누어 오르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백조처럼 사뿐히 얼음 위를 올라 60미터 지점에 확보를 하고 완료를 외쳤다. 등반은 간결하고 빨랐으며 군더더기가 없었다. 감탄도 잠시, 기자의 차례가 되었다. 뒤이어 선등자가 설치한 아이스 스크루(Ice screw, 튜브 타입의 빙벽등반용 확보물)를 회수하며 로프를 따라 올랐다. 
며칠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 직벽의 얼음은 아이스 바일을 튕겨낼 정도로 강빙이었다. 힘을 잔뜩 주어 찍으면 얼음이 깨지고, 그렇다고 적당히 찍으면 아이스 바일이 튕겨져 나왔다. 얼음에 걸려있는 바일과 손을 믿지 못하니 자세는 불안정했고, 긴장감에 숨이 밭아 올랐다. 개미가 등짐 지고 이동하듯 시간이 꽤 오래 소요되었다. 예상보다 늦게 확보지점에 도착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스승은 한 손으로 확보를 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제자의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판대아이스파크 100M 빙폭을 오르고 있는 기자 ©유석재


“선생님, 스크루가 3개밖에 없네요?”
“세컨이 회수하기 힘들까 봐” 하며 넉살 좋게 웃는다.
“세컨 걱정은 마시고, 다음부터는 안전하게 스크루 많이 쓰세요!”

판대아이스파크 100M 빙폭을 오르고 있는 기자 ©유석재


웃고 떠드는 시간도 잠시. 세 번째, 네 번째 등반자의 등반 시간도 예상보다 늦어진다. 마지막 피치를 오를 무렵 이미 어둑 어둑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뿔싸! 이렇게 늦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헤드랜턴을 챙긴 팀원이 한 명도 없었다. 휴대폰 라이트를 서로 비춰주며 안전하게 등반을 마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마지막으로 오른 등반자는 더탑 클라이밍 클럽에 올해 합류한 교육생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허공에 발길질을 하던 본인의 처지가 처량해서 담배 생각이 간절했단다.
100미터 빙벽을 4인 1조로 오후 2시에 시작한 등반은, 8시 30분이 되어서 전원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덕분에 앞으로 한동안 술자리에 오르내릴 무용담이 하나 늘었다. 
빙벽에서 내려와 얼큰한 닭 백숙으로 몸을 녹이며, 술 한잔씩 나누다 보니, 다들 그렇게 감사한 일들이 많아졌는지. 4계절이 있는 대한민국 날씨 덕에 겨울에 얼음이 얼어서 감사하고, 빙벽 등반을 즐길 수 있도록 서울에서 멀지 않은 원주에 인공 빙벽장이 조성된 환경이 감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정 많은 멤버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기타 등등. 감사할 일이 많았던 그날 밤은 6시간 30분이 소요된 '100미터의 전설'을 이야기하느라 새벽녘까지 뜨끈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그래도 가는 겨울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추운 겨울에 걸맞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빙벽 등반을 즐기보시기를.
참! 랜턴은 필수다.

판대아이스파크 전경 좌측부터 30m, 60m, 70m, 100m, 40m 빙폭이 펼쳐져 있다 ©원주클라이머스

■ Information. 판대 아이스파크 
  - 주소: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194-1
  - 전화: 033-761-4177
  - 웹사이트: http://cafe.daum.net/wjalpine1
  - 판대아이스파크 빙벽장 등반 규정 (2018년 1월 20일자 시행)


 ■ Information. 더탑 클라이밍 클럽

 - 주소 : (송파점) 송파구 오금로 18길 5호 (대청점) 강남구 일원동 639
 - 전화 : 02-423-8848
 - 웹사이트 : http://cafe.daum.net/lovecli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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