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14세 때 처음으로 자서전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제목이 거창하다. '나는 위대하다'. 어린 나이의 치기 혹은 과대망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44세가 되어 본격적으로 쓴 자서전 제목도 '이 사람을 보라'. 역시 거창하다. 제목에서부터 '세계인이여, 이 천재를 주목하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를 훑어보면 더욱 놀랍다.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나는 왜 이렇게 책을 쓰나' 등 진심인지 망상인지, 겸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어쨌거나 그의 글에 대한 판단은 잠시 접어 두자. 중요한 것은 이런 강력한 자기 암시가 목표 달성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온 인류의 고민을 내 손으로 해결한다는 이런 자기 암시가 실존주의의 선구자, 니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뇌는 모험을 좋아한다.
뇌과학에서는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펭귄은 물에 들어가야 먹이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바다표범 등 무서운 사냥꾼이 기다리고 있다. 펭귄 입장에선 주저할 수밖에 없다. 모두들 주춤거리고 있는데 한 마리가 뛰어든다. 이것이 첫 번째 펭귄이다. 불확실의 위험을 감수한 용감한 놈이다. 그제야 다른 펭귄도 따라 뛰어든다.
인간도 심각한 불확실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머뭇거릴 순 없다. 언젠가는 결단을 내리고 행동해야 한다. 물론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후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지만, 여기엔 무엇보다 적당한 긴장과 불안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고맙게도 뇌가 적정한 범위에서의 불확실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다.
* 강화학습(强化學習) : 아무리 싫은 일도 3일씩 딱 열 번만 계속하면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된다. 공부를 해서 하나를 알면 기분 좋은 보상을 해 주고, 그러면 다시 보상을 받기 위해 공부를 더 하게 되는 현상
* 에이징 파워(Aging Power) :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강해지는 역동적인 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원숙미,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 정보력, 축적된 경제력 등이 힘의 원천
* 통괄성(統括性) 지능 : 현상을 파악하는 능력, 기획력, 의사 결정력, 관리 능력 등 많은 정보를 통합하고 통괄하는 능력. 통괄성 지능은 다른 지능과는 달리 40세를 지나면서 더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공부의 적군 1. 아드레날린 : 흥분의 호르몬. 부신 수질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교감 신경을 흥분시키고 혈당량을 증가시킨다. 심장 기능을 강화해 혈압을 오르게 하고, 기관지 확장과 지혈 작용을 통해 위급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적정한 긴장의 호르몬. 하지만 지나치면 흥분의 호르몬으로 둔갑하는 것이 아드레날린이다.
공부의 적군 2. 노르아드레날린 : 분노의 호르몬. 뇌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심박 증가와 혈압 상승 등의 기능을 한다. 극도로 화가 날 때나 높은 긴장 상태에서 분비가 활발해진다.
응원군. 도파민 : 경쾌한 각성. A-10이라는 신경 섬유의 말단부에서 분비되는 쾌감 물질. 이 신경 전달 물질은 인간의 본능, 감정, 호르몬 및 운동 기능을 조절한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결단력이 없어지고 감정은 둔해진다. 극도로 부족하면 자기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지고 파킨슨병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쾌락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분비가 활발할 때는 집중력이 높아지며 탐구력과 창조성이 발휘되기도 한다.
아군. 세로토닌 : 중용의 호르몬. 세로토닌은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행위, 수면이나 기억, 식욕 조절 등에 관여하며 인간의 몸과 정신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기능을 한다. 이 호르몬은 엔돌핀이 연출하는 순간의 환희나 격정적인 기쁨과는 달리, 온화한 행복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세로토닌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은 조절 기능이다. 공격적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중독성의 엔도르핀, 도파민 등 격정적인 호르몬의 과잉 분비를 조절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는 다섯 가지 방법
1) 좋은 음식 잘 씹어 먹기
2) 배 속까지 깊게 호흡하기
3) 차 없이 즐겁게 걷기
4)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기
5) 모이고 어울려 정답게 살기
* 홍수기법(Flood Technique) : 공포증 치료에 쓰이는 기법. 터널 공포증 환자를 데리고 의시가 함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환자는 공포에 질리겠지만 믿는 의사가 있기에 안심이다. 죽을 것만 같았는데 한 번 하고 나니 괜찮다. 숨이 막혀 죽기라도 할 것 같은 공포가 이런 방법으로 치료된다. 공포증 환자를 터널에 바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두려움의 홍수'에 빠뜨리는 요법이다.
* 단속력(斷續力) : 끊되 계속하는 힘. 스위치를 온(On), 오프(Off) 하듯 긴장과 이완을 되풀이 하는 것
* 적정한 긴장(Optimum Tension) : 100미터 달리기 출발 직전, 심판이 '준비!'라고 외친다. 적정한 긴장으로 출발을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준비다. 선수들은 바짝 긴장해 '탕!' 소리와 함께 튀어 나간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 이러한 적정한 긴장감이 주의 집중을 잘할 수 있께 도와준다.
* 안전기지(安全基地) : 오래되어 익숙한 습관, 안전한 상황, 장소 등. 아이가 처음 제 발로 대문 밖을 나설 때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엄마가 거기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위험이 생겨도 엄마가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아이는 마음 놓고 새로운 일에 도전, 호기심과 탐구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때 엄마나 집이 아이에겐 안전기지가 된다.
* 쾌락원칙(Pleasure Principle) : 벼락치기. 여유가 있으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정신 집중이 잘 안된다. 의식(전두엽)은 미리 공부해 두자고 다짐하지만 잠재의식(변연계)이 반발한다. '아직 시간이 있는데 왜 그래?', '좀 더 놀다 하지?' 잠재의식은 항상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 순간의 힘든 고비를 잘 넘기고 나면 쾌감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다음부턴 뛰기가 한결 편하다. 이 쾌감을 못 잊어 조깅 중독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 싱커스 하이(Thinker's High) : 안달리고는 못 배기는 조깅 중독처럼 공부도 끊을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 차츰 진도에 탄력이 붙고 공부가 쉬워진다. 처음에는 싫었지만 참고 하다 보니 차츰 반감이 줄어들고 공부에 빠져들게 된다. 뇌 회전에도 가속이 붙는다.
일단 이 상태까지 오면 공부하는게 고통스럽기는 커녕 오히려 편안하다. 그만큼 집중력도 강해진다. 거의 중독 상태가 된다.
* 위험 영역(Red Zone) : 계속 공부한다. 며칠을 강행군이다. 그러다 보면 한계에 이른다. 신체적으로나 저인적으로 그로기 상태가 된다. 물론 말이 위험이지 문제 될 건 없다.
공부하는 중에 한 번쯤 이런 경지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한계점까지 밀고 가면 그땐 신기하게도 우리 뇌에 자연 진통제인 세로토닌과 엔돌핀이 분비되어 진짜 기분이 통쾌해진다.
* 쾌락 영역(Pleasure Zone) : 아주 붕 뜬 느낌.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과 통쾌감, 자신감이 뒤따른다. 미치도록 공부해 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축복이자 지고의 행복. 일단 경험해서 이 맛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쳐난다.
* 변연계 공명(Limbric Resonance) : 인간이 흙 위에 풀썩 주저앉을 때의 편안함, 낚시로 고기를 잡을 때 느끼는 형언할 수 없는 희열, 이것이 변연계의 공명이다. 이 순간의 감정은 인간의 신피질과는 관계없는 아주 원시적 차원에서의 동물적 만족감이다.
* 아하(Aha)! 체험 : 수수계끼나 퍼즐을 풀 때 혹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사람들은 '아!' 하면서 무릎을 친다. 지적 활동의 개가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발상의 순간, 문제가 해결되는 환희의 순간, 우리 머릿속에서는 섬광처럼 빛이 번쩍 난다. 세로토닌과 엔돌핀이 펑펑 쏟아지며 지적 쾌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