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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 http://www.sevenstories.com]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슈퍼마켓에 가고, 영화를 보고, 세탁소에 옷을 맡기러 가고, 책을 읽고, 원고를 손보기도 하면서 전과 다름없이 생활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끔찍스럽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상마저 내게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내가 완전히 넋을 일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나 문장, 웃음조차도 내 생각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내 입 속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듯했다. 게다가 나는 내가한 행동, 내가 본 영화, 내가 만난 사람들을 또렷이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나의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내 의지나 욕망, 그리고 지적 능력이 개입되어 있는 행동(예측하고, 찬성하고 반대하고, 결과를 짐작하는)은 오로지 그 남자와 관련된 것뿐이었다.
선정적인면 뿐 아니라 감정을 낱낱이 드러낸 솔직한 문체.
이라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스스로 정의한 아니 에르노.
자서전 적인 진실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책을 출간하면서,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불륜과 선정성 때문에 프랑스 독서계를 경악시켰다고 한다. 더 화제가 된 건 독자로 그녀의 책을 읽고 애인이 된, 33살 연하인 필립 빌랭이라는 청년이 그녀와의 5년간의 사랑을 <포옹>이라는 책으로 출간한것이다. <포옹>은 <단순한 열정>의 문체까지 그대로 옮겼다고...
사랑의 빠진 남녀의 심리를 비교해 볼 겸 <포옹>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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