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주인공의 사랑은 늘 폼 난다.
여자 주인공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고로, 여자 주인공의 사랑은 모로 가도 해피엔딩에 간다.
여자 주인공의 어릴 적 친구로 나오는,
여자 조연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그녀들은 대략 이렇다.
예쁜 여자 옆 못생겼지만, 성격 좋은 친구,
혹은 청순한 여자 옆에 교태스럽기만 한 친구 등으로 등장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부산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용감무쌍하게도 삼각관계에 덜컥 뛰어든다.
99 전 99 패이면서도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날아드는 불나비,
그 순결함은 칭송 받아 마땅하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을 선택하는 데 망설이지만,
그녀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순진하게도 바로 '작업'
연애 지략에 뛰어난 듯 작전을 펴지만
오히려 남자 주인공의 순수함에 이성을 잃는다. 감성도 잃는다.
기준도 잃는다. 올인까지의 타이밍이 무척 짧다.
남자를 향한 그 완벽한 신뢰에 또한 박수를.
그리고 시작되는 그녀들의 '과잉' 친절.
일방적이며, 적극적이며, 구체적이며, 빠르기도 한 그녀들의 접근은
늘 그랬듯, 기다림과 배려를 배제한다.
여자 주인공은 늘 기다리고, 늘 배려하고, 늘 한 템포씩 늦다.
고수의 작전은 느림의 미학이다.
여자 주인공은 사랑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들은 사랑하고 있다는 자체에 노력한다.
그래서, 창피한 일도 당한다,
그래도,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기에 눈물을 훔친다.
그렇다, 그녀들은 아직 어리다.
저질러 놓고 보면 수습이 될 거라는 낙천주의,
내가 믿는 게 더 중요하다는 독립투사 수준의 의지력.
어른의 제 1 덕목인 '포기'를 모르는 순수함,
상실 후의 슬픔을 부인하는 새가슴 등등.
어린 그녀들을 증거하는 물증은 넘쳐난다.
사람들은 당연하게, 삶의 결말을 이렇게 맺는다.
옛날 옛날 그 공주들은 모두 행복한 해피엔딩을 맺고
왕자와 오순도순 살림을 차리는 것으로.
그 공주 옆에 있던 부지기수의 친구들은 다 어디에서 무얼 할까.
<연애시대 쏭북>
Song 노영심, Book 권영신
옐로우 미디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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