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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위로가 필요한 시간] 천천히 가도 괜찮아, 멈추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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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시간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김경집
출판 : 조화로운삶 201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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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마주한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고민하기도 한다. 이럴 때면 우리는 '위로(慰勞)'를 찾는다. 삶이 고단할 때, 그 짓누르는 힘이 버거워서 삶을 내려놓고 싶을 때, 숱한 '힘든 삶' 속에 놓였을 때 누구든지 '위로(慰勞)'를 찾는다. '위로'라는 제목하에 따뜻한 말이나 격려를 기대하고, 고통을 덜어주거나 슬픔을 달래 줄 그 무언가를 찾는다. 다시 기운을 내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함이다. 위로를 통해 무언가를 얻어낸 사람들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처럼 희망차고 밝다. 다시 움튼 생명처럼 수줍은 듯 힘차게 감사히 삶을 살아낸다.

다양한 사람과 각기 다른 그들만의 삶이 존재하는 것처럼, 위로 받아야 하는 '인생'의 수 역시 다양하고 그 방법 또한 다양하다. 사람들은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고 공유하며 위안을 삼기도 하고, 고해성사(告解聖事)를 통해 치유 받기도 한다. 혹자(或者)는 위로가 필요하다며 이곳 저곳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혹자는 책 속에서 위로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논리는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 김경집은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위로 받고 싶을 때 책 속의 이야기를 통해 무거운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 지기를 바랐다. 그는 독자들을 다독이고 삶의 감사함을 고백하기 위해 긍정의 이야기들을 정제(正製)해 이 책에 담아냈다. 매 이야기마다 논어(論語)나 맹자(孟子)의 한 구절을 곁들여 자연의 섭리와 고전을 통해 깨우치는 진리도 함께 전한다.

그는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전진하라, 힘내라고 되뇌지 않는다. 상처로 지쳐 위로 받고 싶은 독자들을 몰아치지 않고 힘들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 권한다. 혼자 힘겨워 하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스승에게 잠시 기대어 쉬어보라. 비록 천천히 쉬었다 갈지라도 꿈은 놓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덮으며 힘을 쭉 빼고 앉아, 잠시 생각해본다. 몇 해 전 읽었던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을 주세요>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고 있니?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고 격려하는 소리만 넘치는 세상.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우리는 모두 격려하고 힘내라고만 부추긴다. 격려도 좋고 응원도 좋다. 다만 너무 힘내려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잠시 쉬어가며 나를 보듬고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 본문 중에서

# 아버지의 눈물 - 33p.
"아빠, 그냥 앉아 계세요. 제가 발 닦아드릴게요."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아빠' 대신 '아버지'라고 불렀다. 철들면 그렇게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걸 알면서도 못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외국에 나가 일할 때 아이들이 '아빠' 하고 불러주는 소리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그런데 아들 녀석은 갑자기 호칭부터 닭살 돋게 하더니 싫다고 손사래 쳐도 기어이 발을 끌어다 대야에 담갔다. 아버지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했다. 부자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 별을 바라보며 - 49p.
"막내야, 별이 참 아름답지? 하지만 아버지에겐 너라는 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단다. 사랑한다."
나이 쉰이 넘은 지금까지 그는 그날의 전율을 잊지 못한다. 당시만 해도 '사랑한다'는 말은 남세스러워 입 밖에 꺼내지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 

# 꿈꾸는 자 - 131p.
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군자병무능언 불병인지부기지야

군자는 자기 능력이 부족함을 걱정하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않는다. <논어> <위령공 편>

꿈은 그 꿈을 꾸는 이의 것이지 다른 이의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꿈을 실현하는 것 또한 본인의 능력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스포츠가 감동적인 건 바로 온몸으로 자신의 꿈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경기장을 버리고 내려오는 사람은 꿈을 버리거나 남의 탓을 합니다. 삶도 그 경기와 같습니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 자체가 삶이고 행복이고 고마움입니다.

# 부활하는 꽃 - 208p.
젊은 의사 음태인의 나무는 다섯 송이의 아름다운 능소화를 피움으로써 부활한 것이다. 그 능소화는 생명의 부활을 알리는, 영어 이름 그대로 '사랑의 트럼펫'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렵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아니기를 은근히 바라거나 외면하며 산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그 순간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내 생명을 나누어주고 떠날 수 있는 건, 삶에 대한 마지막 진지한 예의이며 죽음에 대한 겸손한 인사이겠다.

# 죽고 싶은 만큼 힘든 날 - 219p.
가끔은 삶이 힘들어서, 몸이 아파서, 일이 풀리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심지어 죽고 싶다는 잔망스러운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 때도 없지 않다. 그럴 때마다 클라라 하스킬의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다. 그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녀의 삶이 떠올라서, 나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서,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연주 때문에 행복해서 말이다.

# 추억 머금은 저수지 - 247p.
밤이 지난 하루의 허물을 지우는 지우개라면, 새벽은 하루의 새살을 돋우는 연필과 같다. 새벽이 주는 그 농밀함은 어제의 작별과는 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그런 새벽은 새로운 위안이다. 어제와 너그럽게 화해하고 우리 영혼을 새롭게 다독이며 꿈과 사랑을 깨우는 시간이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길을 차분하게 혼자 걸을 때의, 어떤 분접도 허락하지 않는 내밀한 해후는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할 행복이다.

# 헌책방, 책들의 부활 - 259p.
영국의 헤이 온 와이(Hay-on-Wye) 같은 멋진 헌책 마을은 아니어도, 시내에 여전히 우직한 헌책방들이 살아남아 우리의 굳은 삶을 깨뜨리고 깨우쳐주면 좋겠다. 세상에서 새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도 그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걸, 때로는 그게 아름답기도 하다는 걸 배울 수 있게 말이다. 헌책방이 건재한 것처럼 연륜과 경험을 쌓아둔 삶도 새로운 가치로 거듭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그렇게 사랑도 삶도 잊지 않고 잃지 않고 소중한 가치도 함께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위로가 필요한 시간>
김경집 지음
조화로운 삶,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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